매일 밤 9시, 생소한 방송국 로고 아래, 아주 익숙한 목소리, 여전히 동안, 그러나 안경 뒤에 날카로운 눈빛, 그가 마이크 앞에 앉는다. 손석희다. 56년생이시다. 놀랍도록 동안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다. 우리 부모님 세대엔 없는 청년의 패기가 그의 눈과 말하는 입술에서 느껴진다. 손석희에겐 여전히 '청년'이란 말이 자연스럽다. 아니 손석희는 여전히 청년이다. 방송일을 한지 30년이다. 원로 앵커 소리를 들을 시기다. 그의 동료들은 정치계로, 평범한 교수로, 관리자로, 마이크를 떠났다. 손석희는 그런 원로급의 대우를 받는, 안주하는 삶, 어떠한 테두리에도 들어가지 않은 듯 보인다. 그는 늘 보여줄 것은 보여주고 짚어줄 것은 짚어낸다. 그리고 끈질기다. 그에게서 의문에 대해서는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게 재차 질문하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MBC라디오 시선집중 하차 후 손석희가 선택한 곳은 JTBC다. 보도국사장이다. MB 전 정부에서 날치기 통과시킨 종합편성 방송국, JTBC는 우리나라 대표적 보수매체 중앙일보의 방송채널로 탄생되었다. 신문사가 생긴 이래 모두가 바라는 중도보수의 모습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못한 우리나라 대표적 편파 보수매체인 중앙일보사. 이 신문사의 종편에서 내보내는 뉴스9에게 방통위는 정부에 반하는 편파성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JTBC의 출처가 그러하나, 지상파 방송사 동시간대 뉴스들을 보면 그의 보도는 분류되고 독립적인 느낌마저 준다. 그러한 이유가 경고 사유가 될 수 있을까. 오히려 방통위에게는 그의 뉴스가 '다르다'라는 것을 공식화해주어서 고맙다. 이러한 일들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그러나 손석희이기에, 이런 상황이 가능하다. 이런 난국이다보니... JTBC라는 채널은 분명, 손석희에게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해주고 있는게 분명하다. JTBC의 저녁 9시는 말 그대로 '손석희타임'이다. 그 타임을 제외하면 그저그런 종편 채널 중 하나다. 다른 앵무새 같은 종편채널과 함께 말이다. 그가 종편행을 결정했을 때 모두가 우려했고 실망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분명 직업적으로 충실한 기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고 있으며(수단적으로) 우리나라의 유일무이한 보도채널이 되어가고 있다. 손석희 뉴스9이 한시간짜리 방송이라는게 아쉬울 정도로 매일 발빠른 기자들과의 긴 호흡으로 빼곡히 프로그램을 채워나가고 있다. 진행형이다. 뉴스9도, 손석희도, 그가 실현하려는 정론의 저널리즘도, 그래서 우리는 계속 그를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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