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거리] 선택하거나 선택되어지는 삶의 거리들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걷는 그 길들ㅣ JTBC의 월화드라마가 늘 신선함으로 채널을 고정하게 만드네요. 아마 저 뿐만이 아니겠죠. 많은 분들이 드라마 [유나의 거리]의 귀여운 사람들과 대사에 매료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특별합니다. 흔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전혀 접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바로 주인공 [유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입니다. 소매치기, 전과 3범, 엄마는 어렸을 때 집을 나갔고, 아빠는 그녀처럼 또한 소매치기였어요. 그리고 아빠는 결국 교도소 수감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유나가 걸어가게 된 길은 평범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유나의 곁으로 사랑을 빼앗든, 웃음을 팔든, 내 노동을 팔든, 내 능력껏 세상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사람들의 거리가 펼쳐지는 드라마입니다.
50부작 김운경 작가 작품ㅣ 방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유나의 거리는 50부작이네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어제가 26회였으니 여유롭게 유나의 앞날을 지켜봐야겠네요. 창만이라는 순수 청년도 좀 오랫동안 보고 싶고, 물론 유나의 거친 이 거리가 또 어떤 교차로와 만나 다르게 펼쳐질지 너무 궁금하니까요. 물론 유나와 같은 방을 쓰는 미선이의 삶도 어떻게 전개되어갈까요. 자기보다 더한 꽃뱀, 아니 제비족에게 당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도끼형님, 할아버지도요. 모두가 멀리 존재하지 않는 가까운 이웃들의 모습입니다. 김운경 작가의 [서울의 달]은 이미 레전드죠. 그 드라마를 통해 배출된 걸출한 배우들도 많고 그렇게 인간적으로 따스하게 이야기를 펼쳐갈 작가는 아마 또 없을겁니다. 김운경 작가의 특유의 따스하고 정다운 시선이 이 드라마에서도 가득합니다. 어찌나 다야한 사람들의 캐릭터를 이렇게 예민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매 회마다 계속 놀라지 않을 수 없네요. 그러기에 연출가와 배우들의 삼박자가 더더욱 돋보입니다. 절묘한 캐스팅에 또 놀랍니다.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는 드라마 보는 재미란 이런거다하며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안고 가는 상처를 진정성 있게 다독여주는 드라마ㅣ 유나의 거리를 보고 있으면 그들이 가진 상처나 아픈 과거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있음 직한 사람들과 그들의 과거들이 때로는 회상으로 독백으로 튀어나오고 주인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습니다. 요즘 드라마는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한 탓인지 작위적인 소재나 이야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어요. 어쩌면 드라마를 위한 드라마인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드라마는 그 순간 시청률은 높을지 몰라도 금방 잊혀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유나의 거리와 같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만나는 지금이 값지게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유나와 유나 주변 사람들은 서로의 장점들을 알고 또 단점들도 알고 있죠. 어려움을 당할 때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발 벗고 서로를 도와주더군요. 그렇게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 당연하고 말로는 쉽게 느껴지는데 그다지 요새 찾기 힘든 풍경이기도 하죠. 그래서 기본적이고 당연한 삶의 모습에 대해 문득 유나의 거리를 보며 질문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은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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