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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 김광석이 불리는 이유

by 비오는날비맞기 201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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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

유독 시간이 갈수록 김광석이 불리는 이유

 

 

 

 얼마전에 EBS에선가 다큐로 김광석이 유독 지금에 와서 많이 불려지는 이유를 그의 음악의 '한'이라고 결론 짓는 걸 본적이 있다. 뭐 결론이라기 보다도 많은 음악인들이나 심지어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외국인도 뭔지모를 한의 정서가 그의 음악에 있는 거라고 입을 모아 말하던게 기억이 난다.

 글쎄다. 나는 한번도 '김광석'의 노래에 '한'이 서려있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김광석이 불려지는 이유가 '한'일까. 오히려 그의 음악엔 '한'이라던가, 한국 대중가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승전결의 곡구성',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라던가, '애절한 창법', '구구절절한 애정 스토리', 등등의 요소가 사실 없다. 그래서 나는 김광석이 여전히 많이 불려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의 음악이 한국가요의 발라드로 묶여지는 테두리에 들어가지 못한데에, 다른 가요와 다르다는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80년대, 90년대, 2000년대를 건너오면서 공통적으로 한국의 발라드에서 보여지던 소위 '뽕끼'섞인 쥐어짜는 듯한 창법(노래방에서 한동안 SG워너비 창법을 따라하던 남자 분들이 대부분이었었다, 혹은 박효신)의 가요들이 사실 지금까지도 가요의 정석처럼 대중적 사랑 받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금은 K-pop스타나 슈퍼스타K를 보면 많이 놀랜다. 여자라면 모두들 '박봄'의 노래에 립싱크 하는줄 알았다. 유행하는 창법에 노래를 하는 이들에 심사위원들은 발성이 좋다든지, 끼가 있다든지 하는 평을 엊어놓는다. 이렇게 왠지 발라드하면 이렇게 만들어줘야 히트한다는 공식이 제작자들에게 강박증으로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에게는 김광석의 다시부르기, 김광석의 끊임없는 리메이크와 재해석들이 왜 여전히 많은 회자꺼리가 되는지 잘 되새겨 볼만한 일이다.

 

 

 김광석은 담담하다. 김광석은 아주 크게는 '컨트리'와 '포크', 그리고 '70년대 클래식록'으로까지 자연스레 껴안으며 자신만의 작법으로 곡을 완성한다. 김광석은 아주 다양한 장르와 아티스트들에게서 영향 받았을거라 생각한다. 지금 김광석이 20대, 3,40대를 모두 아우르는 인기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석이 뜻밖에 시기에 요절한 것으로 사람들은 그의 음악이 마냥 구슬프고 서글프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광석이 다양한 세대에게서 여전히 많이 불려지는 이유는 그런 배경을 넘어서는 그의 진정성 깊은 음악에 있다. 김광석은 멋 없게, 그저 담담하게 읊조리듯 노래 부를 뿐이다. 목소리를 꾸미거나 남자답게 한다거나 곡에 맞게 일부러 소리를 연출한다거나 하는 가식이 없다. 편곡이라고 해봐야 그저 기타랑 피아노 뿐이다. 김광석에 음악에는 빈 공간이 많다. 여백을 많이 두는 작곡가 중에 한명이다. 그리고 목소리와 기타만이 그의 노래의 시작과 끝을 채울 뿐이다. 나는 그가 노래하던 모습을 항상 떠올리게 된다. 그는 하모니카를 목을 쥐어짜듯 온 힘을 다해 불러댔고, 눈을 지그시 감고 기타를 쳐대며 노래하던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수더분한 머리 스타일에 대충 입은 헐렁한 바지와 자켓에 항상 기타는 김광석의 일부였고, 기타가 울리면 어김없이 직선처럼 뻗어나오는 곧은 그의 음색이 퍼져 공연장을 매웠다.

 

 

 김광석의 노래가사는 가사가 아닌 한편의 시였다. 그는 노래하는 시인이었다. 누구도 김광석처럼 노래할 순 있어도 김광석처럼 노랫말을 쓸 순 없다. 누구도 그를 흉내낼 수 없다. 여전히 김광석의 노랫말들은 트위터나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인용된다. 그의 노랫말은 바로 어느 순간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감성들, 아픔들을 사진이라도 찍어 간직한 듯 대신 전해준다. 김광석의 노래엔 은유가 많으며, 즐겁고 가볍게 흘러가는 듯한 노래에는 이별이 들어있고, 그리움이 들어있고, 진한 아픔들이 들어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노래하며 털어내며 또는 그저 지워지지 않는 아픔들을 간직해버린다. 누구도 이렇게 아프게,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노래한 이는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는 '그날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흐린 가을 하늘 아래 편지를 써' 이다. 담담하고 절제된 목소리, 주옥같은 노랫말들, 가수 본인처럼 꾸밈없는 그의 음악들, 그 어떤 뮤지션과 닮아있지 않은, 그저 김광석만이 낼 수 있는 음악. 모든 소리와 음악들에서 분리된 자기만의 독립된 음악세계를 추구한 김광석이었기에 늘 사랑 받고 불려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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