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생존자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다
세월호의 생존자ㅣ 세월호 참사에 남겨진 생존자는 배를 탔다 구조된 구조자 뿐만이 아니다. 이 나라 국민 전체다.
해외 신문사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무능력한 정부 대응과 도저히 상황에 맞지 않는 늑장 구조와 안일하게 쏟아져 나오는 관료들의 브리핑들, 그리고 재난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아니었다는 발표에 대한 보도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나 그렇게 창피해 할 시간도 없이 생존자 보도는 나오지 않았고, 실종자 가족의 오열, 실신 모습을 내보내는 지상파에 이내 치가 떨렸다.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했고 그렇게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무언가를 적는다. 아니 적어야 하겠다. 대한민국은 어디 있는가. 그리고 내가 배워 온 국가의 역할이 고작 이따위였단 말인가. 험한 말이 자꾸 나온다. 그러나 나는 이 나라 국민이고 시민이다. 이 사실만이 남아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우리가 만든 정부는 우리에게 자꾸 등을 보인다. 아이들이 희생됐다. 우리 모두는 이제 이 말도 안되는 참사에 살아 남은 반대 편 구조자이며 생존자가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이제 국민이 아니다. 이런 참사를 뒤로 하고 남은 생을 살아야하는 생존자일 뿐이다.
사진: Thumbs, 포토그래퍼: Julia Fullerton Batten
확인 중이다, 문책하고 수사하라,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총력을 기울이겠다, 구조 환경이 악조건이다, 고려해보겠다, 진정하시라, 확인된 바 없다, 투입이 어렵다, 곧 준비하겠다
뭐가 그렇게도 안되는 게 많고, 확인을 거쳐야 되는 사항이 많은가. 전 국민이 정부의 구조를 뜬 눈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청와대나 정부기관에서 내놓는 말들이다. 초등학생들도 이런 상황에선 쓰지 않을 말들이다. 누가 누구를 수사하고 책임을 묻는다는 건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정부의 최대 책임자가 어느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 중책을 가한다는 건지, 다시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도대체 어떤 정부를 만들어온 것인가. 그렇다면 정부를 믿고 일을 맡겨 온 국민 책임이다. 안일한 정부를 못 알아보고 지금껏 믿고 세금을 내온 국민의 책임이라는 거다. 일하라고 만들어 논 국민의 정부가 일이 일어나니 그 일은 누구의 일이다 아니다를 논한다. 그리고 황급히 기자회견을 연다. 자기들에겐 확인된 바 없다, 총 책임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이다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불 난데에 기름을 붓는다. 잔인한 처사이다. 생존자의 소식이 없다. 배가 그나마 벌어준 시간은 사라졌다. 배의 모습과 하께 같이. 그리고 나는 사고 당일 투입 잠수부가 182명 중 16명에 불과했다는 '뉴스타파' 보도를 보고야 말았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멈췄는데, 청와대와 정부의 시계는 잘도 돈다. 모든 다른 외교 업무는 뒤로 하고 생존자 구조에 주력해도 모자랄 이 시국에, 정부의 시계는 여전히 품위를 지키고 있으며 북한에까지 그 안테나가 뻗친다. 이 와중에 말이다.
난 이제 북한이 두렵지 않다. 생존자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실종자 부모들의 마음에 못을 수차례 박고도 모자라 작업에 혼란이 가중된다는 이유로 민간 잠수 업체의 구조를 포기하는 정부의 행태가 나를 더 두렵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침묵을 다시 등에 업고 이 나라를 대표하려는 나랏님들이 더더욱 두렵다.
종편체널의 뉴스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저하를 걱정하며 일시적 현상이라며 서로를 다독인다. 참담하다.
우리는 아마도 이 끔찍한 서로의 본 모습을 떨쳐내지 못할 것이다. 지우려하겠지만 작게든 크게든 재현될 위험이 농후한 현실이다. 많은 논설에서도 우리가 읽을 수 있듯 글쓴 이들은 이 일을 비유로 하여 반복되던 관료사회의 문제점을 쉴새 없이 지적한다. 그리고 이번 일이 침묵 속에서 사그러지면 선거가 치뤄질 것이고 그 선거에서 조차 묵과 된다면 이 끔찍한 본 모습은 다시 고개를 쳐들 것이다. '관련자는 단연코 엄벌하겠다'라고 말하며 등을 보이는 그의 모습을 또 다시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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