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신보 소식이 전해졌다.
제목, 어머님이 누구니 Who's your mama?
노래 제목이 왜 이러지? 하며 뮤비를 봤다. 몸매를 비롯한 외모가 너무 예쁜 젊은 여성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며 박진영이 외친다,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널 어쩌면 좋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눈을 떼질 못하니," 라고
다른 건 논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거 같은
수컷 박진영이 오직 여자의 몸에 대해 노래한다. 그것도 가는 허리, 엉덩이에 대해.
그리고 뮤직비디오에서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그곳을 바라본다. 노골적인 영상, 춤, 가사... 박진영에겐 처음이 아니다. 몇몇 이번 박진영 신보를 다룬 기사에서는 '건강한 로맨스', '개방적인 성'의 이미지라고 박진영을 추켜세운다. 박진영이 불러서 이상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곡 자체와 퍼포먼스가 당장에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세련된 박진영표 춤사위, 경쾌하며 리드미컬하며 진부하지 않은 곡 전개가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음악적 완성도가 이번 노래 '어머님이 누구니'가 가장 칭찬 받고 평가 받아야 할 부분이다.
그럼 이 노래의 가사, 내용은 어떨까.
박진영이라면 괜찮다? 아니 그는 꾸준히 야하고 섹시한 노래를 발표했었다. 그렇기에 우린 익숙하다. 어쩌면 남자들의 가장 솔직한 속마음이다. 이전 노래들에서도 충분히 성적 욕망을 직설적으로 얘기했었던 박진영이기에 그저 오케이하는 분위기다. 음..근데 이번 노래는 참으로 더욱 노골적이다. 글쎄다 그렇게 그의 개성이라고 추켜세울 종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종일관 박진영은 여성의 힙에 시선을 고정하고 특유의 노골적 표정을 짓는다. 그럼 자랑이라도 하듯 여러 명의 여자들이 헬스장에서 시선을 자극하는 포즈를 취한다. 그럼 박진영은 마른 몸, 예쁘장한 얼굴 따윈 필요없다는 듯 무조건 가는 허리에서 그래머러스한 엉덩이 라인의 뒷모습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만족스러우며 야릇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선정성 논란을 떠나 특정한 여성 몸의 부위에 대한 비아냥과 찬양이 노래속을 가득 채운다. 음악은 그나마 가사를 고려하지 않고 듣는다면 들을만하고 매우 세련된 노래다. 그러나 뮤비는 정말 아니다. 몸에 대한 일차원적 비아냥과 감탄들로 유치하게 꾸며진 화면들이 계속 이어지다 끝이 난다.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의 뮤비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나버렸다.
줄곧 일차원적이고 직설적이며 원색적인 가사와 곡 컨셉이 아이돌 그룹에서 유행하며 히트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런 흐름은 여전하다. 단순하고 말하는 듯한 노래들은 금방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하지만 소모품처럼 그 노래들의 자리는 또 다른 유사품들이 곧장 대체된다.
박진영이라서 괜찮다라는 반응보다
지금의 위치에 박진영이라면 '박진영이 노래하는 섹스어필이란 이런 거네'라는 반응이 나와야 맞다. 잘 편곡되고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이번 '어머님이 누구니'에도 그가 품격있는 컨셉을 차용했더라면 충분히 인기와 호평 둘다를 잡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무대를 휩쓸며 장악하는 그의 춤사위는 역시나 대단했다. 그리고 곡도 훌륭했다. 그런 그의 위치에 더 걸맞는 수준 높은 가사와 컨셉, 영상이 받쳐줬다면 어땠을까. 아마 독보적이라는 찬사가 줄을 이었을 게다. '어머님이 누구니'라는 제목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음악이든, 어떤 예술 분야든, 그리고 사회든 자신만이 켜켜이 쌓아온 철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저그런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래서 이번 타이틀이 더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래서 지금 문득 이문세라는 가수가 떠오른다. 시대에 발 맞추면서 젊은 세대와 호흡할 줄 아는 적절한 마케팅을 차용하며 자신의 음악적 철학을 더 진화시키는 이문세의 이번 앨범이 더 가치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박진영을 보며 느껴지는 상대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박진영의 행보는 기대된다. 그만이 뿜어내는 쏘울과 리듬, 흑인 색깔의 개성이 더욱 나이와 함께 깊이 녹아들 것이라는 기대를 이번 신보로부터 하게 됐기 대문이다. 여전히 그처럼 완벽한 퍼포먼스와 쏘울을 분출하는 걸출한 아티스트는 우리나라에 없다. 박진영은 자신의 음악을 가진 유일한 제작자이며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다. 그가 어느 것에 더 집중하든 박진영만의 음악 철학이 변하지 않고 지켜내지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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