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산수, 그들만의 세상] 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박민규 단편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이 소설의 시작은
'나는 화성인이면 좋겠다'로 시작한다. 내가 이 소설을 접한 시기가 세월호 사건 이후였다. 묘했다. 이 소설은 내 마음을 읽은 듯 했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고 말도 안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을 때 드는 생각은 이 나라 국민, 아니 지구인이 아니었으면..이었다.
소설의 내부로 들어가면 우리의 현실이 더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잇다. 박민규식으로 있는 그대로 우리가 살아온 현실을 드러내준다. 주인공은 열차 푸시맨이다. 그러나 그는 고등학생이다. 세상살이는 수학이 아니라 '산수' 하나면 족하다. 모든 사람이 각자 그들만의 산수가 존재한다. 물론 수학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지만 '산수' 하나면 끝이다. 매일 아침 전철 역에선 '모두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멘트를 듣자마자 안전선은 '무시'된다. 그리고 '인류'는 물결처럼 전철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목적지로 닿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온 인류를 한명이라도 더 집어넣기 위해 푸시맨은 인정사정 보지 못한다. 그렇게 땀 범벅이 되서 받는 돈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기에 편의점 알바, 신문 배달을 병행해야 한다. 그것이 주인공의 '산수'다. 그의 아버지를 전철에서 만나고 아버지라도 필사적으로 밀어야 했던 날, 주인공은 아버지의 산수란 아마도 소수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산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산수는 원래 쉬운데.
화성인이라면, 또는 금성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종일 일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우리 아버지가 그랬고 어머니도 그러했으니 당연하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끝이 없는 소수점의 산수. 그리고 아버지는 집을 나가셨다.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더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기린',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긴 목을 휘~저으며 아버지는 말한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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