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와 준] 샘과 베니 그리고 준
오랜만에 세번째로 보게 된
영화 감상기
베니와 준
[샘이 보고싶어질 때마다, 펼쳐보는 한 권의 책- 영화 '베니와 준']
준: 오빠가 미워, 내가 계속 아프길 바라잖아.
준의 이 한마디는 베니의 가슴 속을 이내 뚫는다. 그동안 베니가 견디지 못했던 건 바로 그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준은 치료되고 있었지만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엔 베니의 상처 또한 너무나 컸던 것이다. 이제 과거의 상처로 남매는 더이상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서로에게 짐이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어두운 과거를 준은 준의 방식대로, 또 소극적이지만 베니는 베니의 방법으로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이겨나가는 모습을 담담히 그린 영양제 같은 한 편의 영화, 베니와 준을 소개한다.
베니와 준을 십년 전 쯤 본 것 같다. 오래 전에 봐서 줄거리도 생각나지 않고 다만 까만 모자와 지팡이의 조니뎁만 각인 되버린 이 영화가 나는 문득 보고싶어졌다. (신기하다. 보거싶거나 끌리던 영화나 책을 보고나면 지금의 고민이나 피곤함이 그로 인해 깨끗이 씻기곤 한다.)
인상적인 장면들이 정말 많다. 이 영화의 줄거리도 매력적이지만 드문 드문 딱 세상에서 온 것 같은 샘의 무표정과 천연덕스런 마임연기는 왜 영화가 예술장르로서 필요한가를 확실이 보여주는데 한 몫한다. 베니와 준은 상당히 탄탄한 스토리로서 많은 의미를 이미 함축한다.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여유롭지만 긴장의 끈을 놓치못하게 하는 사건들이 일어나 다음 장면을 매우 긍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샘을 연기한 조니의 몸짓, 표정이 이 이야기를 최종적으로 영화로서 완성해준다. 다른 세계에서 막 날아온 듯한 샘은 시종일관 자기를 표현하고 그의 방식대로 사람들과 소통하려 한다. 샘에게는 사람을 어떤 세상의 인식으로 판단하려는 편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관통하며 왠지모를 따스함과 자유분방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영화로 완성된 베니와 준이라는 아름다운 소설 한 권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영화로 한동안은 샘에게서 전해진 그 따스한 시선이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이시점에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메세지를 '샘'에게서 얻었다. 샘에게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