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두고 온 가족애, 예능에서 다큐를 찾다]
[어딘가에 두고 온 가족애, 예능에서 다큐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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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예능, 점점 더 깊숙히 들여다보려는 대중의 욕구를 비춘다.
얼마되지 않는다. 우리는 주말에 티비를 켜면 지상파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항상 그대로일 것 처럼 장난치고 어린양을 떨고 부모는 그 어린양을 사랑스럽게 모두 받아준다.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지다보니 이런 가족 예능이 뜨는 것이라고. 단지 그것 때문일까. 예능에서 리얼리티는 한 장르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대본이 없는 것 처럼 출연자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우리는 더욱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대본이 없던가? 그렇게 믿고 싶었겠지만 '대본'은 늘 존재해왔다. 티비 속의 일들은 이상하게도 항상 갑자기 생겨나고 그런 실제 상황에 실제인 것 처럼 연기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바로 출연자들이다. 이렇듯 몇 번의 인기 예능들에 대해 '대본'(당연히 존재해야하는) 논란이 시청자들 사이에 일어나면서 일종의 속았다는 기분을 서로가 형성하게 되었다. 이런 해프닝 이후로 주춤하던 '리얼버라이어티 예능'들은 그래도 여러가지 변화를 주며 지금까지 생존을 이어오고 있다.
그 사이 비집고 들어온 예능은 '아이들'이었다. 연예인들의 2세들이 대거 출연하게 되면서 그들의 엉뚱한 말, 행동들은 '대본'이 끼어들 수가 없다. 순수하게 표현되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우리는 그간의 '연출' 예능에서의 불편함은 까맣게 잊는다. 아이들이 예능을 접수하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너무 아이들을 앞세워 방송에 그들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그렇게 우려의 소리도 있었지만 2세들의 예능의 인기는 잦아들 줄 모른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한 가정 한 가정의 일상이 담기며 그들의 소소한 가족 일상들이 주말 마다 전국민 티비 전파를 타고 여실히 전해진다. 가족 모임을 하거나 지인을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하는 그들의 일상이 아이들의 천진난만함과 결합되어 사람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처음에 아이들에게 집중되던 관심도 점점 그들 부부, 부부의 2세 계획이라던가, 부모님들과 그들 친구들과의 만남과 관계에도 관심이 모아지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이제 그들 주변의 모든 물건들, 집과 차, 다니는 곳들에서 볼거리를 찾는다.
하나의 가정 안으로 카메라를 깊숙히 들이민 지금의 예능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다. 그들은 아이들을 키우며 속내를 얘기하기도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털어놓기도 하며 때로는 눈물도 짓는다. 화려할 것만 같았던 연예인들은 아이들과 가족 안에선 그저 평범한 가장이고 아내이며 부모이기 때문이다. 그 당연한 사실을 다큐가 아닌 예능에서 발견한다. 예능은 요즘 가벼움을 잊었다. 예능은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담백해져있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될 것은 티비만 틀면 나오는 가족의 풍경들이 식상할만도 한데 사람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늘 '사랑이'를 찾고 사랑이에게 사랑을 아낌없이 주는 '추성훈'을 봐야한다.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거나 아니면 아이를 훌쩍 키워 인생의 중년을 보낼 사람들에게 달콤한 육아시절은 떠올리기만해도 행복할 것이다. 모두 겪어봤거나 아니면 겪을 예정이거나 아니면 지금 맞닥드리고 있을 소소한 풍경이 사람들은 늘 그립다. 육아로 힘들지만 사랑 하나만으로 서로를 웃게 하는 가족애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런 따뜻한 가족애...다큐멘터리는 너무 무겁고 지루하다. 우리가 단지 원하는 건 '소소함'인 거다. 그것이 예능에서 자연스레 안방으로 찾아와준다. 그런 가족애에 대한 부재, 간절함, 그리움들이 사생활까지 깊숙히 알려고하는 대중의 욕구와 만나 모두를 티비 앞으로 오게 만든다.
가족애의 부재, 엿보기의 욕구가 만들어낸 예능 트랜드, 가족 예능, 2세 예능은 앞으로 인기 몰이에 흔들림이 없을 듯 보인다.
물질 만능 주의에 찌들대로 찌든 한국 사회가 변하지 않는 한 말이다.